서울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귀여운 가게가 즐비한 골목길을 지나쳐 나오면 높이 솟아있는 빌딩으로 가득한 곳. 

변화의 반복 끝에 지금의 얼굴을 갖게 된 서울 핫플레이스의 역사를 돌아보자.

 

2020년대 성수동

이런 말이 있다. 
“인플루언서를 만나려면 성수동으로 가라”

‘인싸’들이 몰려드는 곳이 바로 성수동 골목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성수동을 걷다 보면 인증샷 삼매경에 빠진 유명 인플루언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성수동 골목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낡고 어수선한 것에 트렌드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구두 공장을 개조한 카페와 갤러리, 공방들이 이어져 있는데 보는 재미, 먹는 재미, (사진) 찍는 재미로 가득하다.

 

2020년대 을지로

단순히 ‘을지로 골뱅이’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202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을지로는 최근 ‘힙지로’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힙한 골목길이다. 역사와 전통, 트렌드와 감각이 적절히 조화된 ‘핫 플레이스’다.

청계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커피한약방’은 꼭 가보길 권하는 핫플레이스다. 정말 좁은 골목길을 마주보고 위치한 '커피한약방'과 '혜민당'은 두 번 세 번 더 찾게 된다. 음료는 한약방에서 디저트는 혜민당에서 판매한다. 

실제로 허준 선생이 환자를 치료하던 공간이라고 하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0년대 연남동 

성수동 골목이 2020년대를 대표하는 핫플레이스이라면, 2010년대를 상징하는 핫플레이스는 연남동이다. 연남동 기찻길을 개조해 6.3km가 넘는 공원, 일명 ‘연트럴파크’가 조성되기 전부터 이곳은 ‘인싸’들의 놀이터였다.

골목 구석구석에 위치한 예쁜 카페와 놀이 공간은 연대생, 홍대생, 이대생들을 중심으로 알려져왔다. 마치 구전처럼 입에서 입으로 알려져온 공간이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연남동 근처 맛집 중의 맛집으로 꼽는 숨은 맛집이 있다.

‘연트럴파크’를 따라 연희동 방면으로 걷다 보면 연희 사러가 쇼핑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오향만두’가 그 주인공이다.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이 없다는 마성의 만두다!

 

2010년대 해방촌

이태원 경리단길과 함께 떠오른 골목이다.  

1945년 8 · 15 해방과 더불어 해외에서 돌아온 동포들과 월남 동포들이 이 부근 산기슭에 임시 거주처를 마련하고 살게 된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 처음에는 해방 후에 생긴 마을이라 하여 해방동이라 하였으나 일반적으로 해방촌이라 불렀다. 

그래서일까. 
해방촌 곳곳에는 전쟁의 역사가 묻어있다. 

낡고 허름한 골목과 그 사이사이에 구겨져있는 집들까지. 재미있는 건, 동네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보는 재미가 있다는 거다. 사흘을 내리 가도 매일 다른 풍경을 맞이할 수 있는 골목이 해방촌 골목인 듯하다.

 

2000년대 경리단길

2000년대의 경리단길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경리단길은 조금 낯설 수 있다. 호황기였던 때의 모습은 1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2000년대 후반의 경리단길은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핫한 골목이었다. 1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이어진 맛집과 카페, 작은 갤러리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에게 가속도가 붙은 듯했다. 너무 핫했던 탓에 유명 연예인들이 경리단길의 건물을 수집하듯 사들이기도 했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지 않을까.

방송인 홍석천이 경리단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한다. 이태원을 상징하는 경리단길 상권이 무너지면 해외 이주민들의 문화도 보존되지 못할 거라는 의미에서다. 

시간 날 때 한 번쯤 들러보자. 아직도 영업하고 있는 숨은 맛집들이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60계 치킨 경리단길점’ 건물에는 쿠킹 스튜디오가 있어 유튜버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2000년대 홍대

알다시피 홍대 거리는 ‘클럽’의 거리다. 

홍익대학교를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으로 나뉘는데 두 방향의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일명 먹자골목과 놀자 골목! 

곱창골목이라고도 불리는 먹자골목에는 먹을거리가 '천지빼까리'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시, 디저트까지 이 골목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놀자골목엔 각종 놀거리가 충만하다. 몇십 년째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유명 노래방은 물론 흥신흥왕 사이에서 물 좋기로 소문한 클럽까지! 

홍대는 언제 가도 즐겁다.

 

1990년대 가로수길 

최근엔 그 색깔을 찾아볼 수 없지만 1990년대의 가로수길은 놀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한 유흥의 골목이었다. 국내 유명 브랜드부터 해외 명품 브랜드까지,  없는 게 없는 별천지였다. “인싸가 되려면 가로수길을 걸어라”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최근엔 코로나 여파도 있지만 서울의 다른 골목들이 떠오르면서 주춤해진 가로수길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가로수길이 궁금한 사람들은 신사역 8번 출구로 가면 된다.

신사동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퀸 실내포차! 술이 좋고, 사람이 좋고, 맛이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소주 한 모금 마시다 보면 금방 취해버릴지 모르니 유의할 것.

[사진(5,6,16,17)=이예지 기자]
[연남동 사진(7)=한국관광공사(이범수)/ 그 외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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